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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며 미술치료사, 김경아 작가

서산신문 | 기사입력 2022/05/09 [06:14]

화가이며 미술치료사, 김경아 작가

서산신문 | 입력 : 2022/05/09 [06:14]


화창한 주말 오후, 몇 번의 약속이 캔슬 되었던 터라 주말에 시간을 내어 김경아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작업실 하며 곳곳에 걸려있는 수채화 작품들이 작가의 심상을 대변하듯 반겨주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나를 성찰하고 치유 받는다고 말하는 김경아 작가를 만났다.

 

# 미술과의 인연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특별한 관심은 없었어요. 성인이 되고 힘들고 어렵던 혼란 속에서 우연히 나에게 찾아온 소금과 같은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30대 중반은 저에게 힘든 시기였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열정도 많고 욕심도 많았던 젊은 나이이잖아요. 어려서도 항상 그랬듯이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저 자신을 괴롭혔어요. 보통 사람들이 갖는 것보다 조금 심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주어진 삶 속에 너무나 선물이 가득했는데 그때는 값진 보석들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죠. 그 원인과 답을 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혹은 다른 환경에서 찾으려고 했는지도 몰라요. 사실 그림을 보는 건 좋았지만 내가 직접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어느 날 우연히 아는 언니를 따라 수채화 작업을 하는 고연희 선생님의 화실을 놀러 가게 되었어요. 주변의 권유로 처음에는 마음도 달랠 겸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붓을 들게 되었고 그런대로 재미도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림을 통해 나의 소리를 내고 나락으로 떨어져 흔적조차 없던 내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 존재에 대해 알아가고 꽁꽁 닫아두었던 빗장을 풀고 세상으로 나갈 기회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지요. 나에게 그림의 시작은 세상과 소통의 기회가 되었고 스스로 성찰의 기회가 되었어요.

 

#나의 작업에 대한 개념은?

처음에는 그림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따라 그리고 보고 그리고 했어요. 주로 꽃을 소재로 많이 그렸어요. 지금도 그리고 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신념과 철학에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나 또한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즐겨 그렸던 작품 속의 꽃이 나의 자화상임을 알아차리게 되었죠. 초기에는 손만 대도 찢겨나갈 것 같은 여린 나의 내면이 이제는 제법 촉촉한 수분을 가득 머금은 꽃이 되어있다는 것을 ㅡ림을 통해 발견했어요. 저에게 그림은 작품이라는 완성된 결과물보다 작업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스스로 정서적 치유가 되고 있는걸 느꼈어요. 이제는 가볍게 내려놓고 어떠한 형식에서 벗어나 나의 내면의 흐름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토네이도 같이 휘몰아치는 강력한 바람이 불 때는 휘청거리는 대로 무기력하게 하염없이 땅으로 꺼져 갈 때는 스펀지에 쑥 빠지는 느낌대로 가감 없이 조형적 언어로 표현 해내고 싶어요. 반면에 생기가 돛아 빛이 날 때는 반짝반짝 뿜어지는 대로 그 어떠한 상황이든 현재 나의 감정과 에너지를 거울에 비치듯 표현하고 싶어요. 나의 우주와 나의 심상을 나만의 것으로 표현하고 싶은 꿈을 꿔요.

 

# 나에게 그림이란?

남들과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나의 자존감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특히 고등학교 시절은 왜 그럴까에 대한 의문조차도 갖지 못할 만큼 무기력했고 점점 넘을 수 없는 벽을 치면서 세상은 불안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을 심하게 알았던 것 같기도 해요. 어른이 되고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10년 전쯤 그림을 알게 되고 내면을 색으로 표현하면서 조금씩 나를 바라보고 나를 인정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죠. 그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어쩌면 무지의 시작이 나의 삶의 에너지를 만난거죠. 그로 인해 두렵고 불안했던 시간들을 깨고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나에게 그림은 살아갈수 있는 힘을 주고 대화의 공간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불안한 긴강감을 느슨하게 조절해 줘요. 그림은 그러게 나를 성장하게 했고 이제는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어요.

 

# 미술치료사가 된 배경은?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원하는 소재를 찾고 스케치 위에 색을 칠하면서 나의 내면에 힘이 생기고 엉켜있던 나의 생각들도 하나씩 천천히 풀어가는 경험을 했죠. 신기했어요. 이러한 경험과 동시에 그림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지나가다 현수막을 보게 되었어요. 한서대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미술치료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미술치료!?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지만 그림을 통해 나의 내면의 잔잔한 흔들림을 경험하던 나에게 망설임 없이 미술치료라는 문을 두드리게 되었죠. 나의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어요. 보라색을 열정적으로 사용하던 나에게 미술치료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나의 우울감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던 거죠. 나의 작품에 꽃의 소재가 끈임없이 등장했던 것은 꽃이 나의 자화상이었다는 것을요. 나의 여성성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어요.

그동안 그림 그리는 과정을 통해 미술치료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었던 거였죠.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죠. 나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타인을 알아가게 되고 내 삶의 변화가 된 것이죠.

 

# 미술치료란?

미술치료는 다양한 미술 활동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표현함으로써 정서적 갈등과 심리증상을 완화 시키고 자기 이해와 자기 성찰을 촉진 시켜 한 개인이 원만하고 적응적이며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심리치료의 한 유형이에요. 지금은 유아, 청소년, 성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미술치료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많은 시간 내가 나로 살아왔지만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생들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도 왜 그런지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미술 활동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작품화하면서 내면의 심상을 알아 가는데 아주 유용하다고 생각해요. 작품활동을 하면서 그리고 내담자를 만나면서 나도 성장하 고 있어요. 내담자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서 나를 바라보고 통찰하고 힘을 주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죠. 작품 하나 만들겠다고 시작한 그림이 이제는 나의 제2의 인생 미술치료사로 상담사로 자리매김하며 나의 삶에 큰 에너지를 받고 있어요. 인생은 살아볼 만한 일이다. 힘든 과정이 나에게는 자양분이 되어 이제는 단단한 나무가 되어 세상을 위해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으니까요.

 

# 일과 작업을 병행하며 힘든 점은?

사랑하는 딸이 이제 고3이 되었어요. 그동안 바쁜 엄마를 기다려주며 잘 성장해 준 딸아이를 위해 즐겁게 기꺼이 내어줄 시간의 문을 닫고자 해요. 딸은 이제 자신이 인생의 홀로서기를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좀 내려놓고 딸은 새롭게 시작한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가정을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그 불안함이 싫어 에너지가 고갈될 만큼 전력 질주를 하며 살았어요. 쉬지 않고... 쉬지 않고... 그런 열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죠. 치열한 일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어요. 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죠.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대부분 공통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 걱정 없이 염려 없이 그림에만 몰입하고 싶은 마음은 먼 훗날로 미루어야만 했어요. 요즘엔그 시간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옴을 느껴요. 그동안 삶에서 좋아하고 의미 있는 그림을 그리기에 몰입할 시간이 나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가슴 설레임 만으로도 즐거워요. 그 시간이 온다면 기꺼이 온몸으로 받아들이고자 해요. 

 

# 보람이 있다면?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때 제일 보람이죠. 그림으로 인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이 좋다. 나의 자원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도 좋아요. 단순히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머무르기 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을 바라보길 조언하고 싶어요. 요즘은 미술심리치료와 상담을 통해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아주며 나의 인연들이 차츰차츰 행복해질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누군가의 힘이 되어줄 때 혹은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할 때 자존감도 두터워지고요. 어쩌면 그들 또한 나를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치유할 수 있는 관계와 주어진 시간에 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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