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⑳ 박만진 시인이 추천한 “서산을 노래한 시”

서산신문 | 기사입력 2022/05/23 [08:17]

⑳ 박만진 시인이 추천한 “서산을 노래한 시”

서산신문 | 입력 : 2022/05/23 [08:17]

간월암

                                                                   박종영 

간척지가 만들어 놓은 느린 동네

개펄이 거뭇거뭇 남겨놓은 자리마다 흔적들은 빠르게 저문다

언어는 그렇게 느리게 치유되며 살아왔고

꽉 찬 욕심은 느린 공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물감을 바다에 풀어 지워버린 노을마다

어둠의 동선은 늘 그렇게 일찍 저물고

염불을 통해 허공으로 흩어지는 불심(佛心)

작은 호흡들이 일정한 리듬으로 햇살을 펼치면

썰물에 건너간 마음들이 자리한 암자

밀물에 잠겨 바다에 섬 하나 띄운다

향 타는 냄새 늙어가는 기둥 사이로

주름은 오래도록 거미줄처럼 벽을 타고 생을 이어가고

겉은 푸석거려 부서지지만 속은 단단한 뼈마디로 형성된 깨우침의 도량

단층으로 자란 퇴적물이 단단하게 형성되고

듬성듬성 자리한 나무들이 합장을 한다

새벽마다 울음을 뱉어내는 목어(木魚)의 두드림 소리

낡은 암자 하나

노을 진 바다에 연등 하나 떠다닌다

 

|박종영|

2017년 『시와정신』 등단. 시집 해에서 길을 잃다』,

『우리 밥 한번 먹어요』 등. 충남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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