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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안정현 이제야 비로소 내 자리를 찾은 듯...:서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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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안정현 이제야 비로소 내 자리를 찾은 듯...

서산신문 | 기사입력 2022/08/08 [07:49]

서양화가 안정현 이제야 비로소 내 자리를 찾은 듯...

서산신문 | 입력 : 2022/08/08 [07:49]


장마와 무더위가 절정에 다다른 여름 저녁. 그녀를 만나기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작가의 작업실 찾았다. 주로 낮에는 일을 하고 야간에 작업하는 편이라서 낮에는 좀처럼 만나거나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은 마침 내년 개인전 전시준비로 작업실에 있다고 했다. 화실에 들어서자 다양한 재료와 작품들은 그동안 작가의 고민과 열정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최근 새로운 추상 작업에 몰두해 있는 듯 보였다. 사물의 형태와 이미지의 경계를 없애고 다양한 오브제를 화면에 도입하는 작업들은 오히려 실험에 가깝고 무게감이 느껴진다. 평소 밝고 넉넉한 미소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안정현 작가와 마주 앉았다.

 

# 그림과의 인연은?

해미면에 있는 반양초등학교 4학년 때 특별활동으로 미술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기다리던 첫 수업시간이었는데 4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교실에서 미술 특별활동 수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날에 주제는 ‘소묘-선생님 얼굴 그리기’였어요. 담당 미술 선생님은 인상 좋으신 총각선생님이셨는데, 깔끔한 머릿결에 이목구비가 굵고 또렷한 편이셨고 코밑과 턱에 띄엄띄엄 보이는 수염을 보이는 대로 그리고선 윗입술 오른쪽에 검은 점까지 표현한 다음에 완성된 연필소묘 그림을 칠판 위에 올려놓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직접 모델을 하셨던 미술 선생님께서는 “오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바로 이 작품이야!” 하시며 제 작품을 들어 보여 주었지요. 그때부터 저는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고, 선생님도 좋았고? (웃음) 하여튼 그때부터 그림이 더 좋았고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나의 유년 시절은?

제가 중학 2학년 때 되던 해에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어요. 아직 어린 저희를 책임지시겠다고 엄마는 서산으로 나가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게 되었지요. 그때 저와 막내 오빠는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바쁜 엄마의 집안 살림을 도우며 생활을 해야만 했어요. 그러면서도 학교에서 미술반 활동은 계속 했지요. 많은 미술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학교 졸업 때마다 공로상도 받고 성실하게 생활했던 기억이 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결국은 당당하게 좋아하는 미술대학을 진학했지요.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마냥 좋아만 할 수만은 없었고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하여 물감과 캔버스를 사는데 보태고 가끔 장학금도 받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미술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 학교를 졸업한 후에 생활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술학원 강사를 하면서 늘 마음속엔 작업실에서 내가 좋아하는 내 그림 그리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무겁고 슬프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난한 예술가로 평생을 버틸 수 있는 배짱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당장 경제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고 그래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 직장생활은 좀 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곳을 따라가게 되었고 주로 광고회사나 건설회사 등 그림하고는 상관없는 직장을 다니다 보니 그림과는 점점 멀어지고 어느새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죠.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죠. 어느새 20년이 훌쩍 지났더라고요.

 

# 작업을 다시 시작한 동기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그림을 현실이 좀 고달프다고 해서 포기한다는 것은 세월이 더 지나고 나면 너무 많은 아쉬움과 후회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10년 전부터 다시 붓을 들고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초·중학교 방과 후 미술 선생님으로 활동하며 문화센터 수채화 강사로도, 금융라이프 전문가로 일하고 있어요. 나름대로 바쁜 일정을 쪼개서 소화하고 있지만 요즘이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10년 전 결정을 참 잘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저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시간은 오히려 아이들한테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은 시간이기도 해요.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빠른 아이들에게 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며 눈높이에 맞는 미술적 감성을 끌어내고 탐색과 교류가 이루어지다 보면 아이들의 순수한 창의력에 감탄하곤 해요.

 

# 붓을 들기 시작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문화센터에서는 성인들로 구성된 수채화반을 지도하고 있는데요 이 시간 수강하시는 분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차가 많아요. 일주일에 오전· 오후 하루만 강의가 있는데도 남편과 아이들 다 학교 보내고 나오시는 분, 개인사업 하시며 잠깐 시간 내어 나오시는 분, 농사일 하시며 나오시는 분, 회사일 마치고 퇴근해서 오시는 분, 학교 수업 마치시고 오시는 선생님 등 다양해요. 모두 기회가 되면 그림을 해 보고 싶으셨다는 분들이 나오세요.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림을 배워 볼 기회가 없었고, 이곳까지 오시기까지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하셨다고들 해요. 처음에는 좀 쑥스러워하시며 시작하시다가 열정에 불이 붙기 시작하시면 댁에 가서도 심취하는 시간을 갖는 모습들을 보면 보람도 느끼고 제가 다시 붓을 잡기 시작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그동안 코로나 19로 7년 동안 해오던 수업을 고민 끝에 폐강하려 했지만. 수강생들의 재요청으로 다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모임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첫 전시회를 갖게 됐을 때 한 수강생으로부터 “이 수업시간이 나한테는 힐링의 시간이에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내가 잘 하는 것이 그림이라서 좋고또 화가여서 참 좋다. 이것이 곧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싶었어요.

 

# 나에게 그림이란?

아름답다! 지친다. 분출한다. 열정적이다! 우울하다. / 감성적이다. / 신비하다. / 혼란스럽다. / 단순하다. / 시공 초월 / 복잡하다. / 대단하다. / 보잘것없다. / 사랑스러움 / 전쟁 / 흐름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 추억 / 리듬 / 비상 / 복합 / 융합 / 멀티 / 흔적 / 무제 / 절정 등...... 나에게 그림은 한마디로 그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다만 작가로서 시간이나 공간을 초월해서 재료 구분하지 않고, 원하는 느낌을 얻을 때까지 레이어를 수없이 반복하며, 좀 더 입체감이나 무게감을 표현하기 위해선 오브제도 사용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함축된 단순함으로 어필할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끝없는 실험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의 그림에 이야기를 담아서 관람자에게 전달하거나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림이 아닐까요? 그 어떤 모티브를 시작으로 반복하고 작업을 확장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싶어지면 한 작품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제가 개인전을 못 했어요. 그래서 내년에 첫 개인전은 그동안 살면서 고마운 지인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선물展’ 이란 전시 제목으로 기획했어요. 그리고 하반기에 2회 개인전은 인사아트 갤러리에서 반추상과 추상 작품 위주로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가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요. 물론 시간이 조금은 걸리겠지만 문화 복합공간을 꾸밀 것을 계획하고 있어요. 자연이 있는 곳에 사람과 문화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을 만들어 언제나 사람들이 머물다 갈 수 있고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들을 쉽게 관람하고 컬렉션 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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