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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창작예술촌, 구혜진 작가 초대전

서산신문 | 기사입력 2022/07/04 [07:45]

서산창작예술촌, 구혜진 작가 초대전

서산신문 | 입력 : 2022/07/04 [07:45]


2022년 7월 20일부터 8월 26일까지 서산문화재단이 주관, 기획하는 구혜진 작가의 ‘경계를 넘다’ 展이 서산창작예술촌(서산시 지곡면 중왕1길 87-5)에서 열린다.

 

구혜진 작가는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고향인 서산으로 내려와 작업을 이어오며 평택호 예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라메르갤러리, 천안예술의 전당,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소화하며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서산창작예술촌 기획초대전을 앞두고 분주한 구혜진 작가를 만났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경계를 넘다’라는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그동안 사실주의를 넘어 초현실주의에 가까운 작품들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런 고민 없이 마냥 즐거웠던 그때를 떠올려 본다.

집에서 꽤나 먼 학교를 걸어서 다니던 초등학교 시절

몸집이 작은 초등 1학년생의 보폭으로 두 시간 남짓 걷다 보면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는 초록색 풀잎과 들꽃들은 어린 호기심 많은 아이를 유혹한다.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초록 잎들과 속삭인다.

얼마나 지났을까? 풀잎들이 아이에게 속삭인다. 얘! 학교 가야지?

그만 학교 가는 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오늘은 안 가도 괜찮아. 난 너희들과 노는 게 더 좋아.

아이는 언덕을 오르내리며 예쁜 들꽃을 한웅큼 쥐고 내려온다.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친구들과 마주친다. 모르겠다. 도시락 까먹고 집이나 가자!

 

언제나 느긋하고 천진했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중년의 엄마가 되었고 그렇게 원하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금은 뭐에 그리 쫓기는지 약속한 시간에 1분 1초에도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편안한 안정을 주는 초록색, 그리고 오랜 집중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을 통해 이런 집착과 불안감을 스스로 치유 받는다.

작품 속에서 소풍 가는 소녀의 손에 든 풍선은 꼭 쥐고 놓지 않는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높은 하늘로 올라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까 무섭고 불안하다.

이렇듯 우리는 늘 불안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날아가기도 전에 터질수도 있는데...

하지만 소녀는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Father - 그 곳에 머물다’ 작업노트 中에서

 

#이번 전시작품에 대해서?

언 듯 보기에는 사실주의 그림처럼 보이나 초현실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작업하고 있어요. 작품들은 대부분 저의 심리적 표현이라 할 수 있죠. 초록색 식물과 인간을 조화롭게 배치해 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고 그러면서 치유 받는다고나 할까요. 요즘 작업하는 작품 중 하나는 ‘불편한 해석’이라는 작품인데, 저의 생활에서 “편히 앉아 여유롭게 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며 쉼 없이 달려야 함이 나의 숙명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초록의 생명력은 결코 쉽게 꺾이지 않으며 초록과 마주하면 나 또한 생명력이 강해지고 치유되는 것을 느껴요. 이처럼 보는 시각에 따라 혹은 인간의 심리적 양면성을 의자라는 매개(媒介)를 통해 그려내고 있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이자 작가인 저의 삶을 투영한 작품이죠. 어떠한 방향으로 작품을 풀어나갈지 더 고민되는 작품이기도 해요.

 

# 식물을 그리게 된 동기가 있다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과 일상, 감정들을 인간과 식물이라는 소재를 조화롭게 넣어 내 삶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요. 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연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들이 주는 소소하고 신선한 감성들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깝죠. 작품에서 초록의 식물들은 나 자신이며 내가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 그림 속에 등장해요. 평온하게 자연으로부터 치유 받고 그 속에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표현했죠. 왜 삶에 집착하는가? 묻는다면 11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은 허무함에서 출발했던 거 같아요.

 

#나에게 그림이란?

나 스스로 하염없이 보잘것없고 자존감이 바닥났을 때 그림과 마주하면 내 자존감은 살아나고 나는 또다시 우뚝 서는 것을 느껴요. 성격 급한 난 운전대만 잡으면 광년이 따로 없죠. 뭐에 그리 쫓기는지 약속시간 1분 1초에 초조하고 불안해해요. 하지만 오랜 집중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을 통해 이런 집착과 불안감을 치유 받는다고 생각해요. 그림은 나에게 그런 존재지요. 나에게 그림이 없었으면 어떤 존재가 되어 있을까? 그리 즐거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을 거 같아요. 작품 속에서 보듯이 소풍 가는 소녀의 손에 든 풍선은 꼭 쥐고 놓지 않아요. 자칫 실수라도 하면 높은 하늘로 올라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까 무섭고 불안한 감정이 그대로 표현되고 있죠. 작품에서 보듯이 우리는 늘 불안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날아가기도 전에 터질수도 있는데 말이죠. (웃음) 하지만 그림속에 등장하는 그 소녀는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슬퍼지네요. 

 

#미술과의 인연은?

글을 배우기 전 엄마는 글씨 연습하라고 네모 칸 공책을 사주셨어요. 공책에 글자 대신 그림으로 한칸 한칸 그려가며 표현했던 기억이 나요. 아마도 처음 그림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시골집 마당과 썰물에 축축이 젖은 모래사장은 기꺼이 스케치북이 되어주었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시골이라 주변에 미술학원이 없었어요. 선생님들은 방과 후 꼭 그림을 그리고 집에 가라 하셔서 끝나고 2시간 걸어 집에 가면 늘 어두워져 있었어요. 하지만 늘 부모님께서는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죠. 시골 바닷가 갯마을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미대 진학... 아직도 귀에 맴돌아요. 예술가는 배고프다고...?! 미술대회에서 아무리 큰상을 받아와도 아빠는 단 한번도 잘했다는 표현을 해주시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빠도 뿌듯하셔 뒤돌아 미소 짓고 계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저도 부모님께 표현하지 않는 무뚝뚝한 큰딸이였고요. 여유롭지 않은 집안 환경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서는 결국 미대에 보내주셨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미술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죠. 아버지 생전에 못 했던 말을 하고 싶네요. “아빠 감사합니다”라고요. 

 

#작가의 삶에 대해서?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건가? 요즘 들어 작품을 할 때마다 그림이 점점 어려워지고 그림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것 같아요. 전에는 그냥 그리면 되지.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편하게 해석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왜 이걸 그리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계속 던지곤 하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단지 삶의 치유를 위한 행위인가? 아니면 누구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인가? 어렵고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후회보다는 그동안 그림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조금은 부끄러울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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