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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맛집, 참숯불에 인생을 건 ‘먹자골 생포탄’

서산신문 | 기사입력 2022/01/17 [05:23]

서산 맛집, 참숯불에 인생을 건 ‘먹자골 생포탄’

서산신문 | 입력 : 2022/01/17 [05:23]


“고기의 ‘맛’은 ‘불’이 좌우한다”

 

매주 찾아오는 불금이지만 나이 오십이 훌쩍 넘었어도 금요일이 되면 웬지 아침부터 설레인다. 오늘은 누구를 만나서 한잔할까? 어디 소문 난 맛집이 없을까? 그래서 애나 어른이나 제일 좋아하는 요일이 금요일이다. 금요일이면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하던 일도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는 나만의 먹방을 떠난다. 오늘은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로 정했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최근에 오픈한 참숯에 구워 먹는 ‘먹자골 생포탄’으로 결정했다. 동문동 현대아파트 건너편에 위치한 ‘먹자골 생포탄’은 얼마 전까지 밖에 개업 화환이 놓여있었다. 최근에 오픈한 모양이다. 항상 지나갈 때마다 안에는 손님들이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다. 한번 가봐야지. 바로 그날이 오늘이다.

유희만 기자

 

충남 서산시 율지6로 42번지에 위치한 생포탄 식당 앞에 도착했다. 지인은 벌써 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코로나 방역수칙 관계로 9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적이어서 서둘러 왔다. 혹시라도 자리가 없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대형 간판이 큼지막하게 비추고 있어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자 편안하고 깔끔한 느낌, 그리고 확 트인 넓은 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고깃집 특유의 비린내도 없어서 좋았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웃음으로 상냥하게 반겨주시는 김경민(53) 사장님의 기분 좋은 인사 한마디가 하루 온종일 꽁꽁 얼었던 몸도 마음도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구석 안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에는 삼겹살, 목살, 가브리살 등이 있었지만 우선 고기 맛을 검증하기 위해 그동안 많이 먹어본 삼겹살 2인분을 일단 주문했다. 옆 테이블을 힐끔 살펴보았다. 같이 온 친구에게 욕은 안 먹겠다는 자신감이 은근히 생겼다. 기본으로 주는 반찬도 잘 나오는 편이고 고깃집에서 이 정도면 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두툼한 생삼겹살의 색깔이 맑은 선홍빛에 신선해 보였다. 나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돼지의 속살이 이렇게 예쁘다는 생각이 처음 들 정도이다.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후 발갛게 달궈진 숯불이 나왔다. 숯이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불의 색깔도 예술이지만 참숯의 은은한 향이 좋았다. 나중에 사장님한테 물어보니 정말 좋은 숯을 쓴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고기의 맛은 불이 좌우한다며 어찌나 참숯을 예찬하시던지 10분 동안 열변을 토하셨다. 너무 진지해서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고기를 태우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직접 앞뒤로 뒤집어가며 정성을 들여 노릇노릇 촉촉하게 잘 구웠다. 참숯의 향과 고기가 익는 냄새는 그 옛날 어머니가 아궁이 숯불에 적쇠로 고기를 구워주시던 그 냄새 같았다. 아마도 숯불이 좋아서 잘 구워지는 것 같다. 두툼한 생삼겹살이라서 그런지 고소한 육즙이 반들반들 고기를 감싸주는 모습이 장난이 아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우리는 소주 한잔 생각이 간절했다. 대리비가 아깝기는 하지만....

결국은 주문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태진아로..(테라와 진로)

 

싱싱한 상추에 쌈장을 푹 올려서 마늘 넣고 파절임 넣고 정성껏 싸서 한 손에 쥐었다. 그리고소맥 한잔 들이키고 한입에 쏙! 고기의 풍미로운 육즙과 숯 향이 먼저 입안에 맴돌고 이어서 상큼한 대파의 향이 섞여 그 맛을 더해갈 때 톡 쏘는 알싸한 마늘 맛이 정점을 찍는다.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정신없이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고기는 바닦을 보이고 말았다. 슬프다. 술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결국엔 삼겹살 2인분을 더 주문했다. ‘역시 고기는 무조건 숯불에 구워 먹어야 제맛이다’라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느덧 삼겹살 파티가 끝났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얼큰하고 국물 있는 후식 메뉴가 당긴다. 식사는 사장님이 묵은지 김치찜을 추천했다. 주방에 있는 처남이 가장 자신 있게 개발한 음식이 묵은지 김치찜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신다. 믿고 드셔도 후회 없을 거라며 좀 전에 숯불 강의에 이어 2강을 시작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장님을 비롯해 온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사장님 부부와 처남 그리고 어머니까지 모두 가족공동체로 구성되어 운영하는 셈이다. 그래서 서비스가 좋고 모두 친절하신가 보다.

 

우리는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잠시 사장님의 사연을 짧게 들을 수 있었다. 남자 사장님의 사업실패로 인해 빚을 지게 되었고 고민 끝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처남에게 부탁하여 같이 생포탄 식당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걸었다며 오시는 손님들께 최상의 맛과 서비스를 다 하겠다며 진솔한 의지를 보였다. 어머니가 원래 음식솜씨가 대단하셨고 처남 또한 요리사 자격증을 몇 개씩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요리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솔직한 입장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나는 숯불을 담당하는데 삼겹살 구이는 불이 맛을 좌우한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라며 서산의 구수한 원조 사투리로 정감 있는 유머를 보여주었다.

 

잠시 후 주문한 묵은지 김치찜이 보글보글 끊으며 테이블에 올려졌다. 벌써 냄새부터가 사장님 사투리만큼이나 구수하고 침샘을 자극한다. 통으로 나오는 푹 익은 묵은지를 길쭉하게 찢어 구수한 돼지고기와 함께 싸서 먹는다. 얼큰하고 담백한 국물도 예술이다. 김치찌개와는 차원이 다르다. 깊은 맛이 있다고나 할까? 나는 원래 물에 들어간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자꾸만 손이 간다. 구수한 돼지고기와 푹 익은 묵은지를 돌돌 말아 밥에 얹어 먹으면 그 맛이 어찌나 궁합이 잘 맞는지.... 어느새 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웠다. 좀 전에 먹은 삼겹살에게 조금은 미안했다. 다음에는 목살과 가브리살도 맛을 봐야겠다. 그 외에도 관심이 가는 후식 메뉴가 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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