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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정 작가 서산에 민화의 뿌리를 내리다:서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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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정 작가 서산에 민화의 뿌리를 내리다

서산신문 | 기사입력 2022/02/28 [08:14]

유소정 작가 서산에 민화의 뿌리를 내리다

서산신문 | 입력 : 2022/02/28 [08:14]


“새로운 도전은 과거로부터 미지의 세계를 여는 창”

 

11살 어린 나이에 엄마를 따라가 화실에서 처음 붓을 잡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로지 한길을 걸으며 전통민화의 맥을 이어가는 유소정 작가를 만났다.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좌우명처럼 늦은 새벽까지 작업실 불을 밝히며 자신과의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소정의 작업은 전통민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민화의 실험적 새로운 도전은 과거로부터 미지의 세계를 여는 창이 될 것이다.

 

 

#그림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초등학교 4학년 되던 해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를 따라 처음 서산에 있는 지당 화실을 나가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문인화를 접하게 되었죠. 그때가 11살이었으니까 지금부터 30년 전이네요. 그리고는 서산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동덕여대 동양화과를 입학하게 되었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어요. 그 당시 어린 나이에도 저는 현실적으로 사범대를 가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말렸어요. 작가를 해야지 무슨 소리냐고 하셨거든요. 일반적인 엄마는 아니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가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게 무었인지를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웃음)

 

#민화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입시 준비할 때 대학에서 민화 전공은 없었어요. 그래서 한국화를 전공하게 되었죠.

민화에서 쓰는 색감이나 장식적인 그림이 너무 예쁘고 좋았어요. 대학 시절에도 친구들이 놀 때 저는 틈틈이 유명한 선생님들한테 민화를 배우러 다녔어요. 교수님들도 재능이 있다고 했어요. 보테니컬아트라고 식물화 있잖아요? 세밀하게 잎맥 찾아주며 정밀묘사하는 그림을 유난히 잘했고 묘사력이 좋아 교수님도 이쪽으로 권유하셨죠.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집에서 한국화나 수묵화를 늘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동양적인 그림들이 저한테는 친숙했어요.

 

#민화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민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에 들어 가장 활발하지 않았나 싶어요. 조선 시대 궁궐의 공간을 장식해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국가 의례나 주요 행사를 기록하던 도화서 화원들이 있었고 특히 왕의 초상화 어진을 포함해 궁중기록화, 의궤 등을 그려서 궁중 장식화라고 불려요. 민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이라고 들었어요. 민하는 민중들이 종교 생활이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그림, 그러니까 실용화라고 할 수 있어요. 집을 단장할 수도 있겠지만 나쁜 귀신을 쫓는다거나 복을 빌기 위해서도 이 민화를 그려 붙였어요. 꽃이나 새, 혹은 곤충 등을 그려 장수를 기원하고 복을 기원하는 그림도 있어요.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도, 등용문을 상징하는 잉어가 뛰어오르는 그림 등이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민화라고 보시면 되요. 어쩌면 일제 강점기에 궁중회화의 맥이 끊겼고 1990년대 1세대 민화 작가들의 활동하며 민화인구가 늘어났고 2000년대부터 민화인구가 증가하면서 창작 민화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민화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나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원래 왕실을 장식하기 위한 궁중 장식화예요.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일본 수집가가 민화라고 칭한 것은 어쩌면 조선의 그림을 격하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도화서 화원들을 통해 상류층에 그림들이 유통되었고 그러면서 서서히 대중화가 되었죠. 도화서 화원들은 지금으로 말하면 공무원 신분이라서 개인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고 봐야죠. 그래서 민화에는 낙관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궁중 장식화는 원래 굉장히 섬세하고 사실적이죠. 하지만 고가의 그림을 구입하기 어려운 서민층들은 실력 없는 사람들이 베낀 그림을 구입하게 되고 또 베끼고 그러면서 해학적이고 추상적인 그림도 탄생하게 되었어요. 일반 서민들이 따라 그리고 소유하다 보니 민속적 회화라는 의미의 민(民)자가 붙은 거예요.

 

#개인적으로 민화의 매력이라면?

민화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우리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집안을 장식하는 데 쓰인 화조영모도를 비롯해 어해도, 작호도, 십장생도, 산수도, 풍속도, 고사도, 문자도, 책가도 등이 그림들은 아름다운 오방색의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색채가 어우러져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예쁘잖아요? (웃음) 그리고 우리의 전통으로 이어져오는 샤머니즘적인 것도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집안에 복이 들어오고 건강하고 무탈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도 장식을 떠나서 실용적이란 생각은 저도 공감해요. 어려서 민화의 매력에 푹 빠졌지만 갈수록 그리고 공부하면서 더더욱 매료되는 것 같아요.

 

#고향에 내려와 민화를 전수하기 위해 하는 일이 있다면?

민화의 아름다움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전수하기 위해서 요즘은 강의를 많이 하고 있어요. 현재는 서산문화원 그리고 서산종합사회복지관, 대산커뮤니 센터, 태안문화원, 백화노인복지관에 출강하고 있어요. 수강생이 7~80분 정도 되는데 민화를 저보다 더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배움의 열정과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신 결과 수상실적도 좋아요. 전국민화대전 공모전, 충남미술대전등 각종 공모전에서 많이 수상했어요. 특히 서산에서 열리는 안견미술대전도 이번에 새롭게민화분과가 만들어져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매일 수업이 있어 힘들기는 하지만 해마다 실력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보람도 느끼고 책임감도 생겨요.

 

#민화 수업의 과정은?

대학에서도 동양화과 수업은 모사 수업을 먼저 하고 옛날 전통기법들을 익힌 다음에 자기 그림을 창작할 때 응용해서 하듯이 민화도 마찬가지로 본을 바탕으로 채색을 하고 점점 숙련이 되면 믹싱을 하는 거죠. 처음부터 완벽한 창작이라는 건 있을 수 없으니까요. 기본 구도에 새를 넣기도 하고 나비를 넣는다든가 반대로 구도를 좀 바꾼다든지 모양 형태를 바꿔변화를 조금씩 조금씩 주면서 창작으로 넘어가는 거죠. 세 가지가 제일 중요해요. 선 잘 치고 색감 잘 만들고 발림 잘하면 돼요. 그리고 남들 의식하며 조바심내실 것도 없고 본인 페이스대로 묵묵히 즐기면서 재밌게 배우셨으면 좋겠어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다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둘 키우는 엄마로서 수업을 마치고 오면 아이들 챙기고 청소, 세탁 등등 집안일은 예외가 없잖아요. 밤늦게 애들 씻겨서 재워야만 오롯이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그때부터 새벽 2시까지 개인 작업을 하죠. 그래도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가까이 계셔서 많이 도와주시고 있어요. 서산으로 내려온 7년 동안 꾸준히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응원해주시는 가족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의 전시계획은?

우선 5월에 서울코엑스에서 열리는 조형아트서울2022 개인 부스전에 참여하려고 준비 중이고요 개인전은 하반기 서산 생활문화센터에서 산수유람전이란 주제로, 그리고 11월에는 서해미술관에서 꽃과 나비 부귀영화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단체전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한국화여성작가회 정기전과 한국민화진흥협회 회원전이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예정되어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큰 욕심은 없어요. 지금처럼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한 우물을 파다 보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깊이 있는 작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저는 종이를 넘어서 비단에도 하고 옻칠과도 접목을 시켜요. 옻칠이나 금박은 공예에서도 많이 사용하잖아요. 장식적이기 때문에 민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도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화려하고 예쁜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재료와 작품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자개도 잘라 붙이는 등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실험적인 작업도 하고 있어요.

 

유소정 작가는 현재 궁중장식화 숙련기술자 2020-4호로 지정 받았으며 한국민화진흥협회 서산지부장, 궁중장식화 서산지부장, 창작미술협회 서산지부장, 서산문화재단이사, 충남미술협회민화분과 이사로 전통민화의 보존과 저변확대를 위해 활발한 할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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