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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은 모듬 생선구이 전문점, 김가네 구이구이:서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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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은 모듬 생선구이 전문점, 김가네 구이구이

서산신문 | 기사입력 2022/05/23 [08:20]

진심을 담은 모듬 생선구이 전문점, 김가네 구이구이

서산신문 | 입력 : 2022/05/23 [08:20]


실외 마스크 해제된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오늘은 날씨도 화창하고 나들이하기에 참 좋은 날씨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화사해진 옷차림을 보면서 내 마음도 덩달아 설렌다. 나도 주말이라 오랜만에 원피스 차림에 머리까지 미용실에서 만지고 나왔는데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니 본전 생각이 났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생선구이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식당이 있었던 터라 집에 가려는 선배님을 졸랐다. 썩 내키지 않는 듯 보였지만 “밥 사주세요”라는 말에 쪼잔한 선배라는 말이 듣기 싫었는지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메뉴도 안 물어보고 쿨하게 나보고 앞장을 서란다. 주말 저녁인데도 골목 식당마다 삼삼오오 손님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얼마 전에 비하면 이만만 해도 다행이란 느낌이 든다. 하루빨리 예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되돌아 왔으면 좋겠다.

 

서산터미널 아래 먹거리 골목 초입 (충남 서산시 율지11로 12)에 위치한 김가네 생선 구이구이를 찾았다. 신선한 생선구이 하나로 승부한다고 자부하는 김진영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서산의 맛집이다. 도착하자 식당 옆으로 어림잡아 스무대 이상은 주차할 만큼 꽤 큰 공영주차장이 있다. 우리는 넓은 주차장에 가뿐하게 주차를 하고 들어갔다. 입구 오른편에 생선구이 1인 12,000원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가격표를 밖에 적어놓는 것이 원칙이란다. 고객이 선택할 권리를 열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식당에 들어서자 확 트인 주방과 넓은 홀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비위가 약한 나는 비릿한 묶은 생선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선 구이집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생각보다 깔끔하고 냄새가 없다. 출입문 밖에서 지글지글 생선을 굽고 있는 남자분이 사장님 같아 보이는데 짧은 스포츠머리에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 어느 도시에 가도 있을법한 낯익은(?!) 동네 무셔운 아저씨 같다. 이른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홀에는 세 테이블 정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역시 생선구이 전문집이라 그런가 모두들 생선구이를 맛있게 드시고 계셨다.

 

선배님 의향은 묻지도 않고 내 마음대로 생선구이 2인을 주문했다. 선배님도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님이 생긋 웃으시며 친절하게 주문을 받으셨다. 생선은 고등어와 갈치 그리고 박대와 조기가 모듬으로 나온다고 했다. 손님이 원하시면 고등어를 빼고 갈치를 더 구워 준다거나 그 정도는 조절도 가능하다고 하니 안 먹는 생선이 있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두 가지 반찬이 먼저 쫙 깔렸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옛날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김치가 전부인 솔직한(?) 김치찌개가 먼저 테이블에 올랐다. 뒤이어 들기름에 볶은 호박, 버섯, 가지 등 볶음 반찬들이 반들반들 고유의 색깔을 뽐내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콩나물무침과 새콤하면서도 매콤해 보이는 오이무침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아점을 한 관계로 점심을 거른 터라 급 시장기가 돌았다. 그런데 보름달같이 큼지막한 소시지 부침을 보고 우리는 빵 터졌다. 선배님은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최고였다면서 나이 먹은 티를 내고야 만다. 말을 안 하고 있으면 10년은 어려 보이는데 늘 아쉽다. 크고 동그란 소시지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넉넉한 서산의 인심 같아서 좋다. 굳이 생선구이가 없어도 백반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잠시 후 주문한 생선을 사장님이 직접 구워 들고 오셨다. 노릇노릇 구워져 접시 위에 나란히 누워있는 생선들은 아직도 지글지글 익는 소리를 내고 있다. 사장님의 구수한 사투리를 드디어 들을 수 있었다. 신선한 생선들은 목포에서 필요한 만큼씩만 공수해 온다고 하셨다. 모든 생선은 최적의 건조상태에서 진공 포장해 바로 오기 때문에 수분이 안 빠져 먹을 때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열강을 하셨다. 또한 먹갈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도 좋을 거라고 하셨다. 내가 갸우뚱(은갈치 아니고?)거리자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먹갈치의 우수성을 알 수 있다며 너무 진지하게 먹갈치 예찬을 하셔서 중간에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었지만 집에가서 꼭 검색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잠시 듣다 보니 사장님의 진솔함과 사투리에서 풍기는 정겨움도 느껴졌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힘을 잃는 순간이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시라며 눌은밥과 숭늉을 내오시겠다고 자리를 뜨셨다.

 

나도 어부의 딸로 태어나 바다 생선하면 아는 척 좀 하는데 생선구이 전문점 사장님 앞에서는 밥알만 세고 있었다. 선배님이 먼저 노릇하게 익은 고등어구이의 껍질을 벗기고 젓가락으로 속 살을 파내고 있다. 역시 손이 많이 가는 분이다. 내가 팔을 걷어 붓치고 살을 발랐다. 하얀 속살이 뼈와 분리되는 순간이다. 사장님 말씀대로 수분도 촉촉하고 반질반질 윤기가 흘렀다. 자반과 다르게 간이 심심해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살도 부드럽고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없이 구수한 생선의 향이 정말 밥을 부른다. 마무리는 새콤한 오이무침으로 입안을 정리한다. 얼큰하고 시원한 김칫국이 있으면 금상첨화일 듯싶다. (나만의 생각)

갈치는 두께가 좀 얇아 보여 처음엔 실망했지만 먹어보니 사장님이 왜 그렇게 먹갈치 예찬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조기도 고소하고 박대도 맛이 일품이다. 오늘 바다를 품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결코 아니다. 나머지 반찬들도 맛깔스럽고 정갈하다. 된장찌개도 파향이 가득하고 두부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그 맛이 일품이다. 생선구이에 밀려 조연으로 올라오기는 억울할 것 같다. 선배님은 연신 된장찌개만 드시고 있다.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밥값은 내가 내야겠다.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주방과 써빙하는 이모님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알뜰하게 발라진 뼈만 덩그러니 남고 생선은 사라졌다. 그런데 잠시 후 선배님이 공깃밥을 한 그릇 추가한다. 뭐지?! 미안하기도 하고 의아한 마음에 생선이 별로 맛이 없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네가 너무 잘 먹어 생선이 부족할 것 같아서 배려하는 마음에 된장찌개만 먹었다고 했다. 내가 2인분을 그렇게 다 먹었다고? 식당 CCTV를 돌려보고 싶다. 식당을 나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선배님은 원래 생선은 갈치밖에 잘 안 드신다고 했다. 그것도 조림만.....?!

참 너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걱정된다. (속으로) 그때 사장님이 눌은밥과 숭늉을 뚝배기에 내오셨다. 생선을 먹고 난 뒤 구수하고 따끈한 숭늉으로 마무리는 신(神)의 한수다. 정말 깔끔했다. 입안의 생선 냄새가 구수한 누릉지 향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사장님이 보기보다는 깔끔하시고 꼼꼼하신 분인 것 같다. 평생을 외식업 한길만을 걸어오셨다고 하신다.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결이라고 한다. 생선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직접 목포에 내려가 건조하는 과정에서부터 포장 등 꼼꼼하게 체크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생선이다 보니 날이 더워지면 식당에 파리 한 마리 들어 오는 것도 그냥 볼 수 없다고 하시며 열변을 토하신다. 주방도 오픈되어 있어 한눈에 보아도 청결해 보인다. 그때 파리가 듣고 있었는지 열려있는 뒷문으로 날아와 우리들 머리 위로 비행한다. 사장님은 주저 없이 파리채를 들고 따라가신다. 정겨운 사장님 앞으로 더욱 대박 나시길 응원할게요. 다음에는 생선을 좋아하는 친구하고 또 오고 싶다. 그때는 3인분을 시켜야 할듯하다. 내가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이런 어쩌지? 차에 가방을 놓고 와서 선배님 죄송해요. 다음에는 제가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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