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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박만진 시인이 추천한 “서산을 노래한 시”

유희만 기자 | 기사입력 2022/01/03 [07:58]

① 박만진 시인이 추천한 “서산을 노래한 시”

유희만 기자 | 입력 : 2022/01/03 [07:58]

▲ 박만진 시인

 

① 박만진 시인이 추천한 서산을 노래한 시

 

흐르는 물거울 - 박만진

 

가야산은 산기슭에 숨은 듯 감춘

폐사된 보원사지를 허허로이 비우고

좌탈입망(左脫立亡)하듯 만산홍엽 떨구며

잘 익은 가을을 떠나보낼 채비와

제 몸에 품고 있던 물까지

꾸륵꾸륵 마저 다 토해 내고 있었네

옛 영화 아무 흔적도 없고

시작과 끝, 흥망과 성쇠가

너무도 분명한 절대 풍경에

석물(石物)만 상처이듯 유적으로 남아

한 물결이 만 물결을 따른다고

강당골 굽어 흐르며

산 그림자 낮추어 물 위를 건너는 햇살에게

육전(六錢) 소설 이야기 조(調)로 말씀 이르고

우뚝 선 암벽에 돋을새김 한

웅숭깊은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께서도

폐사지, 그 향내 나는 상처

흐르는 물거울에 살짝 비추어

백제의 미소 푸르고 맑게 씻으시네 

 

| 박만진 |

서산시 부춘동 출생. 1987년 『심상』 1월호 등단. 시집 『접목을 생각하며』, 『오이가 예쁘다』, 『붉은 삼각형』, 『바닷물고기 나라』, 『단풍잎 우표』 등 10권. 시선집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꿈꾸는 날개』 등 3권. 충남문학대상, 현대시창작대상, 충청남도문화상, 충남시인협회상본상 등 수상. 서산시인회 회장, 충남시인협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한국시낭송가협회 자문위원, 윤곤강문학기념사업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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